작가 노트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두드려온 작가가 있습니다.그는 세상의 단상들 속에서 묵묵한 손길로, 나무와 쇠, 돌과 시간 위에 자신의 존재를 새겨왔습니다. 사라져가는 믿음과 삶의 유한함 속에서 태어난 작가의 십자가는 그가 살아낸 시간과 아직 말해지지 않은 침묵의 무게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차갑고 무거운 철을 두드리며 십자가를 만들어온 나날들은 한 인간이 세상을 통과하는 방식이자,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세상을 저버리지 않는 기도이자 희망이었습니다.
“두드리다” 展은 쇠와 불, 땀과 침묵이 얽힌 고난의 영겁을 따라갑니다. 작가는 망치질 하나하나에 존재의 이유를 담아내며, 철이라는 물질을 통해 차가움 속에 따뜻함을, 견고함 속에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새기며 표정이 담긴 십자가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 십자가는 종교의 상징을 넘어, 개인의 고통과 믿음, 회복의 서사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철을 두드리는 일은 그저 형태를 만드는 노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존재를 매만지는 행위로부터 사라져가는 마음을 붙잡고, 상처 난 시간을 지탱하며, 언젠가 닿을 누군가를 향한 작은 희망을 건네는 몸짓입니다. 작가는 오늘도 세상과 자신 사이에 놓인 문 하나를 조용히 두드리며 당신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향해 오늘도 조용히 ‘두드리고’ 있는가.
여러 개의 표정을 가진 십자가 위에 새겨진 기록을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동준 작가 프로필
2025 9월 양평미술관 아트로드 전시 / 2022 북한강 갤러리, ‘다시 태어나다’전
2021 명동성당 갤러리, ‘위로’전 / 2020 쿤스트 갤러리, 개인전 ‘La croix’
2016 The 1225, 김동준 개인전 / 2014 갤러리 이안, 김동준 개인전, ‘십자가’전
2008 ‘공유’ 서울구로아트벨리 디자인 공모전 당선